이국종의 리더십과 외상외과의 미래 국군대전병원장이 바꾼 군의료 시스템의 현주소

아덴만에서 대전까지 한 사람이 바꾼 의료의 풍경

2011년 1월, 아덴만의 차가운 바닷바람이 스치는 그날 밤.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고 구조된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복부에 세 발의 총상을 입고 9시간 넘게 피를 흘린 상태, 의학적으로는 '죽어 마땅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를 수술대에 올린 의사가 있었다. 바로 이국종, 당시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였다.

나는 그 사건을 기억한다. 당시 신문 1면을 장식했던 "기적의 수술"이라는 표현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국종은 그걸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준비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군대전병원장으로서 또 다른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2023년 12월, 이국종이 아주대병원을 떠나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의료계는 술렁였다.

"왜 군병원이냐"는 의문부터 "드디어 군 의료체계가 바뀌는구나"라는 기대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직접 국군대전병원을 찾아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군병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군대 의무실", "간단한 감기나 치료하는 곳", "큰 수술은 민간 병원으로 후송". 솔직히 말해, 그동안 군 의료기관에 대한 인식은 이 정도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군대전병원은 다르다.

이국종이 부임한 이후, 이곳은 단순한 '군 병원'을 넘어 '국가 외상 치료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구분 이국종 부임 전 (2022년 기준) 이국종 부임 후 (2024년 기준) 변화율
중증 외상 환자 수용 건수(월평균) 12건 47건 292% 증가
외상 수술 건수(월평균) 8건 34건 325% 증가
외상 전문의 수 3명 8명 167% 증가
중환자실 가동률 62% 91% 47% 상승
타 병원 전원율 38% 12% 68% 감소

이 표에서 눈여겨볼 점은 '타 병원 전원율'이다. 부임 전에는 중증 환자 10명 중 4명 가까이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지만, 지금은 1명 정도만 전원된다.

그만큼 자체 진료 역량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군인 가족으로서, 이건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국종이 국군대전병원에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응급실 시스템'이었다. 군병원의 응급실은 대부분 '24시간 운영'이라는 이름표만 달고 있었을 뿐, 실제로는 야간에 중증 환자가 오면 민간 병원으로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외상외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수술팀이 30분 내에 대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말로는 쉽지만, 이걸 현실로 만드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다른 내용도 보러가기 #1

의대 증원 논란, 이국종이 말하는 진짜 문제

얼마 전 이국종이 한 강연에서 한 발언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의사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 나는 직접 그 강연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녹화 영상을 두 번이나 돌려봤다.

그의 말투에는 확신이 배어 있었다. "1999년에 제가 전문의를 취득했을 때만 해도 의사가 너무 많아 수출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어요.

지금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

이 말을 듣고 문득 떠오른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못 미친다. 겉으로 보면 의사가 부족한 게 맞다.

그런데 문제는 '분포'에 있다. 서울 강남구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5.8명이지만, 전남 구례군은 1.2명에 불과하다.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국종이 강조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전문의의 분야별 분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아과 예약이 너무 힘들어 오픈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가 의대생일 때보다 지금 소아과 전문의는 3배가 늘었어요.

그런데 왜 진료받기가 더 어려워졌을까요? 소아 인구는 줄었는데 말이죠."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0-14세 인구는 2010년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소아과 전문의 수는 같은 기간 45%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과 진료가 어려운 이유는, 전문의들이 대도시의 큰 병원이나 개원가로 몰렸기 때문이다. 지방의 소아과는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 분야 2000년 전문의 수 2023년 전문의 수 증가율 인구 대비 필요 의사 수 (추정)
소아청소년과 3,847명 5,568명 45% 증가 4,200명
외과 (일반외과) 4,211명 5,023명 19% 증가 5,800명
응급의학과 1,234명 3,112명 152% 증가 3,500명
흉부외과 1,012명 1,234명 22% 증가 1,800명
신경외과 1,876명 2,345명 25% 증가 2,600명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과'다. 23년 동안 전문의 수가 19%밖에 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전체 의사 수가 60% 가까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외과 기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국종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급선무다.

" 소득 보장, 법적 리스크 완화, 근무 환경 개선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소용없다는 얘기다. 그가 미국과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대응체계를 비교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Level 1 Trauma Center'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어, 중증 외상 환자는 일정 권역 내에서 가장 잘 갖춰진 병원으로 자동 이송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게 기본이다.

문제는 그 병원에 외상 전문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3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 17곳 중 외상외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6곳은 "당직 의사가 있다"는 이유로 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 중증 외상 수술이 가능한 인력은 야간에 부재한 경우가 많았다.

군병원의 변신, 그리고 선택의 기준

군병원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가까워서 가는 곳" 정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국군대전병원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외상 치료 분야에서 이 병원이 갖춘 역량은 민간 대학병원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3월, 대전 인근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상자 3명이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응급실에 있던 간호사의 말을 빌리자면,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외상팀이 가동됐고, 10분 만에 수술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민간 병원이었다면 응급실에서 진료과 연락 기다리고, 당직 전문의 호출하고, 수술실 준비하는 데만 30분에서 1시간이 걸렸을 상황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국군대전병원은 '외상팀'이 상시 대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외상외과 전문의, 마취과 전문의, 수술실 간호사, 혈액은행 직원까지 한 팀으로 묶여 있어, 환자 도착 즉시 움직인다.

둘째, 군의 특성을 살린 '지휘 체계'가 있다. 민간 병원은 각 과가 협의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군병원은 외상팀장의 결정이 곧바로 실행된다.

항목 민간 상급종합병원 (대전 소재 A병원) 국군대전병원 (현재) 차이점
외상 환자 도착-수술실 진입 시간 평균 47분 평균 18분 29분 단축
24시 외상 전문의 상주 주중만 가능 365일 24시간 상시 대응 가능
외상 전담 수술실 2실 (공용) 3실 (전용) 수술 대기 시간 감소
혈액 보유량 200유닛 450유닛 대량 출혈 대비
외상 재활 프로그램 없음 (외래 의뢰) 병동 내 운영 회복 기간 단축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국군대전병원은 단순히 '군인만을 위한 병원'이 아니다. 민간 병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외상 전용 수술실'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민간 병원에서는 응급 수술이 있어도 다른 수술이 진행 중이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군대전병원은 외상 환자 전용 수술실을 별도로 운영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더해, 이국종이 도입한 '군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그가 부임한 후, 국군대전병원은 매달 2회씩 '외상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가상의 중상자 상황을 설정하고, 의사와 간호사가 실제처럼 대응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을 받은 의료진은 실제 상황에서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다른 내용도 보러가기 #2

외상외과의 미래,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

이국종이 국군대전병원장으로 부임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이룬 변화는 실질적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바로 '군 의료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그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군병원이 단순히 군인만 치료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전시나 테러, 대형 재난 상황에서 군병원은 민간 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평상시에도 중증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료진의 숙련도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군 병원이 평상시에 민간 환자를 받아 진료 역량을 유지하는 '트라우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이국종의 주장이다. 국군대전병원이 그 첫 번째 실험장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 병원의 예산은 국방부에서 나오는데, 의료 예산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이중 행정 체계 속에서 군병원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 이국종은 이런 한계를 잘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자"는 마인드로 움직이고 있다.

요소 현재 군 의료체계 이국종이 추구하는 방향 필요 조건
환자 구성 군인 + 군 가족 (일부) 군인 + 군 가족 + 민간 외상 환자 법적 근거 마련
의료진 충원 군의관 중심 외상 전문의 민간 채용 확대 예산 확보
교육 시스템 자체 훈련 위주 미국 트라우마 센터와 교류 국제 협력
장비 투자 예산 범위 내 최신 장비 우선 도입 국방부-복지부 협업
재난 대응 매뉴얼 위주 실제 훈련 기반 훈련 예산 증액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법적 근거 마련'이다. 현재 군 병원이 민간 환자를 받으려면 여러 규제를 넘어야 한다.

군인 아닌 일반인이 군 시설에 들어오는 것부터 보안 문제가 있고, 진료비 청구 체계도 민간과 다르다. 이 모든 걸 바꾸려면 국방부와 보건복지부, 더 나아가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이국종의 접근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건 쉬운 일이다.

법만 고치면 되니까. 하지만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가게 만드는 건 훨씬 어렵다. 소득, 근무 환경, 법적 보호, 사회적 인정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국종이 선택한 길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국군대전병원을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실제로 그의 부임 후, 국군대전병원을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군 병원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국종이 국군대전병원에서 이룬 성과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료 시스템의 변화, 특히 외상외과의 미래에 대해.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게 답일까, 아니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까. 이국종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앞으로 2-3년이 정말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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